서울에서 20년째 택시를 운전하는 A씨(57세)는 몇 년 전부터 허리디스크로 고생해왔다. 증상이 심하지 않아 물리치료나 진통제로 견딜만했다. 그러나 몇 달 전부터 종아리에서 발끝까지 뻗치는 이상 감각이 생기더니 통증 빈도가 점차 잦아들었다. 결국 운전하기 어려울 만큼 통증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고, 정밀 진단 결과 추간판이 거의 소실되어 디스크 높이가 낮아진 퇴행성 허리디스크로 판명됐다.
퇴행성 허리디스크는 척추 사이에 위치한 디스크(추간판)가 나이가 들면서 점차 퇴화되어 발생하는 질환이다. 정상적인 디스크는 척추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충시키고 분산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수분 함량이 감소하고 탄력성이 줄어들면서 퇴행성 변화가 나타난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디스크가 얇아지거나 파열되면서 주변 신경을 압박하게 되며 통증이 발생하게 된다.
광혜병원 박경우 대표원장
가장 주된 원인은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척추 구조물의 퇴행성 변화이다. 하지만 반복적인 허리 부상이나 잘못된 자세, 오래 앉아있는 습관, 과도한 체중 등에 의해 퇴행성 변화가 가속화되기도 한다. 특히 A씨와 같이 좁은 공간에서 하루 대부분을 앉아있는 택시 기사들과 같은 직업군이나 사무직 종사자들은 디스크가 발생하기 쉽다.
증상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 허리통증과 다리 저림, 이상 감각, 근력 약화, 보행장애 등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가벼운 불편감이나 통증으로 시작되며, 허리를 숙이거나 자세를 바꿀 때 통증이 심해진다. 점차 증상이 악화되면 A씨와 같이 하지로 통증과 이상 감각이 생겨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통증 외에도 다리 근육이 약화되면서 힘이 빠지거나 발 처짐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대소변이나 성기능 장애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 가급적 빠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디스크를 진단받게 되면 환자의 나이나 동반 척추 질환의 유무에 따라 적합한 치료를 계획해야 한다. 통증이 심하지 않은 초기라면 약물이나 주사치료와 같은 비수술 치료를 적용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비수술 치료로도 증상이 완화되지 않거나 척수나 신경근이 심하게 압박된 경우, 디스크 높이가 낮아져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했다면 수술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수술 치료로는 반강성고정술이 있다.
반강성고정술은 척추 앞쪽에는 긴 나선의 원통 케이지를, 척추의 뒤쪽은 스프링 구조의 로드를 삽입하는 수술 방법이다. 케이지를 통해 척추에 가해지는 압력을 적절히 분산시키고 낮아진 디스크의 공간을 확보해 척추를 바르게 정렬시킨다. 그리고 스프링 로드를 통해 허리를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정상 척추와 유사하게 관절 가동 범위를 확보할 수 있다. 반강성고정술은 퇴행성 허리디스크 환자는 물론, 중증 척추관협착증, 전방전위증 환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집도의가 풍부한 경험과 전문지식을 갖췄는지 확인하고 치료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허리디스크는 치료 후에도 재발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수술 후 무거운 물건을 들지 않도록 주의히고 평상시 올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또, 척추 관절의 퇴행 속도를 늦추고 허리 통증이 나타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다만 과도한 근력 운동은 오히려 척추의 손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