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걸음도 힘든 고통… ‘척추관협착증’ 조기 치료가 핵심
[사진=클립아트코리아]4년 전부터 허리 통증을 겪어왔던 76세 이 모 씨는 단순한 노화 증상이라 생각해 동네 병원에서 약만 처방받아 복용했다. 하지만 최근 한 달 사이, 통증이 엉덩이까지 내려오더니 발바닥까지 저릿한 증상이 나타났고, 걸음을 멈추는 일이 잦아졌다.수십 미터만 걸어도 다리가 터질 듯 아프고 저려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어 지팡이에 의존하게 되면서 결국 척추전문 병원을 찾았다. 정밀검사 결과, 그는 신경이 지나는 척추관이 좁아지는 질환인 ‘척추관협착증’ 진단을 받았다.척추관협착증은 주로 중장년층 이상에서 흔히 발생하는 대표적인 퇴행성 척추질환이다. 나이가 들면서 척추 주변 인대가 두꺼워지고 뼈와 관절의 퇴행성 변화가 진행되며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게 된다. 이외에도 척추관절염, 디스크 질환, 척추 불균형 등의 병변도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드물게는 선천적으로 척추관이 좁은 사람에게서도 발생할 수 있다.다리 통증이 나타날 경우 대부분은 무릎이나 좌골신경통, 혈관질환 등을 의심하게 되지만, 척추관협착증 역시 다리 저림, 당김, 쥐어짜는 듯한 통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이다. 특히 이 질환의 특징은 일정 거리 이상 걸으면 통증이 발생해 서서 쉬어야 하고, 다시 걷다 또 멈추는 ‘간헐적 파행’ 증상이 반복된다는 점이다.신경이 눌리면서 다리로 전달되는 자극에 문제가 생기면 근력이 떨어지고 걸음걸이가 불안정해진다. 증상이 심해지면 보행이 어려워지고, 말기에는 마비나 대소변 장애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이 발생하면 단순한 관절통으로 치부하지 말고, 신경외과나 정형외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치료는 크게 보존적 치료, 비수술적 시술, 수술적 치료로 나뉜다. 초기에는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등을 통해 통증 완화와 근육 이완을 유도하지만, 이 모 씨처럼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심하거나 걷는 것이 힘든 경우에는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추간공확장술과 같은 비수술적 치료법이 협착증 치료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 시술은 척추관을 좁게 만드는 원인 조직(인대 등)을 제거하고, 염증이 생긴 부위를 깨끗하게 정리한 뒤 약물을 주입해 신경 유착을 풀어 통증을 줄이는 방식이다.부분 마취로 시술되며,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이 있는 고령 환자도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다. 시술 후 입원이 필요 없고, 다음 날부터 일상생활 복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단, 시술 후 회복 속도는 개인의 건강 상태나 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무엇보다도 시술 후에도 꾸준한 관리와 재활운동이 필수적이다. 허리에 무리를 주는 자세를 피하고, 평소 바른 자세를 유지하며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걷기 운동을 지속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이러한 생활 습관 교정과 근력 강화가 척추 질환 재발을 예방하는 핵심이다. [도움말=서울 광혜병원 박경우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