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변 시 격렬한 통증, ‘치열’의 신호일 수 있어… 방치 시 증상 악화 우려
49세 직장인 김모 씨는 몇 주 전부터 화장실을 다녀온 뒤 극심한 통증을 겪었다. 배변 직후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반복됐고, 초기에는 단순한 치핵으로 생각해 연고를 바르며 증상을 견뎠다. 그러나 통증은 점차 심해졌고, 어느 날은 휴지에 선명한 출혈 자국까지 나타났다. 병원 진료 결과, 항문 피부가 찢어지며 생긴 상처가 반복적으로 악화된 ‘치열’로 진단됐다.사진 : 클립아트코리아치열은 생각보다 흔한 항문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치열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약 14만 명에 달한다. 특히 장시간 앉아 일하는 직장인이나 배변 습관이 일정하지 않은 경우 발생 위험이 높다. 오랜 좌식 생활은 항문에 지속적인 압력을 주어 혈류 순환을 방해하고, 그로 인해 상처 회복이 지연되기 쉽다.질환 초기에는 배변 시 순간적인 통증으로 시작되지만, 점차 통증이 수 시간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염증이 동반되면 분비물이나 불쾌한 냄새가 생길 수 있고, 항문괄약근이 과도하게 긴장된 상태가 지속되면 혈류 공급이 감소해 상처가 쉽게 아물지 않는다. 증상이 만성화되면 상처 주변 피부가 돌출되거나(일명 ‘피부꼬리’), 항문농양이나 치루 등의 합병증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이처럼 증상이 반복되거나 만성화된 경우, 연고나 좌욕 등 보존적 치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때 고려할 수 있는 치료법이 바로 ‘내항문괄약근 부분절개술’이다. 항문 내 괄약근 중 일부를 절개해 근육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혈류를 회복시켜 상처 치유를 촉진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배변 시 통증이 줄고, 상처는 자연스럽게 아물 수 있다.양병원 양형규 대표원장은 “내항문괄약근 부분절개술은 괄약근 전체가 아닌 일부만을 절개하는 방식으로, 항문 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회복도 비교적 빠른 편이다. 다만 수술 여부는 통증의 지속 기간, 상처 깊이, 재발 여부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하며, 일반적으로 보존적 치료 6주 이상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일상생활에 불편을 줄 정도로 통증이 반복될 경우 시행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치열은 예방과 생활습관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변의를 참지 않고 바로 화장실에 가는 습관을 들이고, 과도한 힘주기나 장시간 변기 사용은 피해야 한다. 특히 스마트폰 사용으로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은 항문 부위에 불필요한 부담을 줄 수 있다.식이섬유가 풍부한 식단과 충분한 수분 섭취는 부드러운 배변을 유도해 항문 손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채소, 과일, 해조류, 통곡물 등을 꾸준히 섭취하고, 하루 1.5~2리터 정도의 수분을 충분히 마시는 습관을 들이면 장 건강 유지에 효과적이다. 양형규 대표원장은 “항문 질환은 민망하다는 이유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지만,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면 비교적 경과가 좋은 편이다.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나 출혈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일시적 증상으로 넘기지 말고 정확한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