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세 주부 최모 씨는 배변 후 휴지에 묻어난 선홍색 피를 보고 당황했다. 처음에는 일시적인 증상이라 여기고 약국에서 연고를 구입해 바르며 참아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출혈 빈도가 늘고 항문 주변에 간헐적인 통증과 가려움까지 동반되자 결국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내치핵 2기로, 항문 안쪽 정맥 조직이 부풀고 약해지면서 반복적인 출혈이 발생한 상태였다.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치핵은 항문 주위 혈관 조직이 확장되고 약해지면서 생기는 대표적인 항문질환이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치질이라는 용어는 치핵, 치열(항문 열상), 치루(항문 누공)를 모두 포함하며, 이 중 치핵이 전체 치질 환자의 약 70~80%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흔한 유형이다.
치핵은 발생 위치에 따라 항문 내부 정맥 조직에 생기는 내치핵, 외부 피부 쪽에 생기는 외치핵, 두 부위에 동시에 나타나는 혼합치핵으로 나뉜다. 초기에는 배변 시 선홍색 출혈만 나타나 단순 자극이나 치열로 오인하기 쉽지만, 증상이 지속되면 점차 항문 밖으로 치핵 조직이 빠져나오는 탈항이 동반되고, 이로 인해 이물감, 불편감, 통증, 가려움증 등이 심해질 수 있다. 특히 오랜 시간 앉아 있거나 서 있는 직업, 반복적인 변비, 무리한 힘주기 등의 생활 습관은 항문 주변 혈관에 압력을 높여 증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치핵은 진행 단계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 1~2기의 초기 치핵은 좌욕, 연고나 약물치료, 식이 섬유 섭취 등 보존적 치료만으로 호전이 가능하다. 그러나 3기 이상으로 진행되거나 출혈과 탈항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보다 적극적인 비수술적 혹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기존 치핵 수술은 돌출된 조직을 절제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으나, 수술 후 통증과 회복 기간에 대한 부담이 커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미루거나 증상을 참고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환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근에는 ‘거상치질수술’이라는 치료가 적용되기도 한다. 이 수술은 늘어진 치핵 조직을 절제하는 대신 위로 끌어올려 고정하는 방식으로, 정상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통증과 출혈을 줄이고 회복 속도를 빠르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양병원 양형규 대표원장은 “치핵 수술은 단순히 병변을 제거하는 데서 나아가, 정상적인 항문 기능을 보존하며 환자의 회복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거상치질수술을 통해 일상 복귀를 앞당길 수 있도록 치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상치질수술은 기존 절제 중심 수술에 비해 기술적으로 더 정교하고 고난도지만,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기 때문에 환자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다만, 모든 수술은 환자의 상태와 질환의 진행 정도, 동반 질환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하며, 시술 전 반드시 항문외과 전문의와의 충분한 상담이 필요하다.
치핵은 조기 진단과 관리만으로도 증상 호전이 가능하며, 예방을 위한 생활 습관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매일 규칙적인 배변 습관을 유지하고, 화장실에서 장시간 앉아 있는 습관은 지양해야 한다. 또한 변비를 예방하기 위해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 과일, 해조류, 통곡물 등을 자주 섭취하고, 하루 1.5~2리터가량 수분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