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에 걸린 사람들은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주위에 알리는 것 자체를 꺼려하고 부끄러워한다. 부위 자체가 은밀하기도 하지만 항문을 청결하게 관리하지 못했다는 말을 들을까 두려워서다. 하지만, 치질은 부끄러운 질환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항문 질환 중 하나이다. 또, 치질이라고 해서 반드시 수술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증상이 있다면 미루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치료 기간을 단축하고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서울양병원 양형규 대표원장
치질이란 항문에 생긴 질환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 크게 치핵과 치열, 치루로 나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치핵을 치질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항문 질환자들 중 대부분이 치핵 증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치질을 치핵이라고도 하는 것이다.
치핵은 항문과 안쪽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혈관 덩어리 조직으로 치핵 쿠션(cushion)이라고도 한다. 즉, 치핵이란 정상적으로 항문에 존재하는 조직이며 필요한 조직이다. 하지만 혈관 덩어리이기 때문에 조직에 피가 고여서 잘 빠져 나가지 못하면 혈관이 부풀어 오른다. 혈관이 부풀어 오르면 혈관 벽이 얇아지면서 외부의 작은 상처에도 출혈이 잘 생기게 된다. 또한 이렇게 혈관이 부풀어 오른 상태가 지속되면 늘어난 혈관이 고착화돼 변을 볼 때마다 지속적으로 항문에 치핵 조직이 튀어나오게 된다. 이 조직이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과도하게 부어 바깥으로 돌출되는 증상을 치핵이라 부른다.
치핵은 내치핵, 외치핵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내치핵은 진행 정도에 따라서 1도부터 4도까지 분류한다. 1도는 출혈은 있지만 항문 조직이 튀어나오지 않은 상태이며, 2도는 배변 시 탈출되지만 곧 저절로 들어가는 상태이다. 3도는 배변 시 탈출된 후 손으로 밀어 넣어야 들어가는 상태, 4도는 탈출된 조직을 넣어도 잘 들어가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치핵은 단계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어 무엇보다 조기 발견과 대처가 중요하다. 1~2도의 상태에서는 온수 좌욕, 약물치료, 주사치료, 배변 습관, 식이요법 등의 보존적 치료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반면 3도 이상부터는 보존적 치료에도 호전이 없어 수술로 치료를 해야한다.
과거에는 치핵을 비정상적인 조직으로 여겨 수술 시 되도록 많이 절제해 수술 후 통증이 심하거나 항문이 좁아지는 합병증이 많았지만 지금은 치핵이 정상조직이라는 설이 정설로 받아들여져 되도록 항문조직을 보존하는 쪽으로 수술기법이 바뀌고 있다.
최신 치질 수술인 거상 치질수술은 항문 피부를 2~3mm만 좁게 절개한 뒤 점막 내 치핵 조직만을 분리하여 빠져나온 조직을 제 위치로 돌려주는 수술법이다. 최소한의 치핵 조직만 제거, 항문 조직을 최대한 보존하여 후유증이 매우 적고, 잘라내는 부위를 전부 봉합하기 때문에 출혈이나 통증도 매우 적다. 단, 개인마다 증상의 정도와 신체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수술 시간이나 효과는 상이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수술 이후에도 환자가 스스로 수술 부위를 청결하게 하고 배변은 최대 3~5분 내 마무리하여 수술 부위에 자극이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배변이 원활할 수 있도록 섬유질과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 주는 것을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