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없다고 방치하면 악회되는 탈장, 빠른 진단과 치료 필요

60대 남성 A씨는 어느 날 사타구니 쪽으로 볼록한 멍울이 만져지는 느낌을 받았다. 통증은 없고 누워서 주무르면 튀어나온 것이 다시 제자리로 들어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크기가 점점 커지자 두려움에 근처 병원을 찾았고 사타구니 탈장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서울양병원 대장항문센터 정승규 원장


탈장은 복강 안에 있어야 할 장이 복벽의 결손으로 인해 틈 사이로 빠져나오거나 돌출된 상태를 말한다. 탈장은 밀려 나온 위치에 따라 서혜부 탈장, 대퇴부 탈장, 반흔 탈장, 배꼽 탈장으로 구분된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은 A씨와 같은 서혜부 탈장으로 탈장 환자의 75%가 이에 해당된다. 서혜부는 사타구니 부분을 말하며 여성보다는 서혜관이 넓은 남성에게 주로 발생한다.

 

복벽이 약해져 발생하는 탈장은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원인으로 구분된다. 선천적으로 복벽의 틈새를 갖고 태어난 소아 탈장은, 태아의 장기 형성이 끝나면서 나타나기 쉽다. 그 외 대부분은 후천적 요인으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복벽이 약해지면서 발생한다. 그 외에 비만, 운동 부족, 흡연, 다산, 천식이나 만성 호흡기 질환을 가지고 있다면 복벽이 약해져 탈장으로 이어지기 쉽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통증이 없는 것이 특징이라 치료시기를 놓치기 일쑤다. 먼저 서혜부 탈장의 경우 초기에 복부로 힘을 주거나 무거운 짐을 들 때 사타구니 한쪽으로 멍울과 같은 것이 만져지는 것이 특징이다. A씨와 같이 눌렀을 때 튀어나온 것이 다시 들어가며 활동을 하거나 가벼운 기침, 배변 시에 볼록하게 돌출되는 모습을 보인다. 통증이 없어 괜찮겠지 하고 방치하다 보면 돌출이 점점 커지거나 갑작스러운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통증이 크지 않고 증상이 거의 없다보니 오랜 시간 탈장 상태로 방치되기 쉽다. 병원을 내원한 탈장 환자 대부분이 통증이 없다고 내버려두다가 상태가 심각해진 경우가 많다. 하지만 증상이 없고 육안으로 병변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증상이 가벼운 것은 아니다. 탈출한 장은 자연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오히려 신속히 제자리를 찾지 못할 경우에는 장이 틈 사이에 끼면서 심한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장폐색과 같은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어 괴사되기 전 빠르게 수술하는 것이 중요하다.

 

탈장 치료는 신체 구조적 특성상 자연 치유나 약물 치료가 어려워 수술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수술은 절개 수술과 복강경 수술로 나뉘는데, 최근에는 침습 수술로 상처 부위가 작은 복강경 탈장 교정술을 시행한다. 복강경 탈장 교정술은 1cm 내외의 작은 구멍을 내어 복벽 사이로 카메라를 접근시켜 장을 복강 내에 다시 넣는 수술이다. 수술은 탈장된 것을 복원할 뿐 아니라 복벽의 안쪽에 인공막을 삽입해 약해진 복벽을 보강해 준다.

 

치료는 절개 수술에 비해 비교적 통증이 덜하고 회복이 빠르며, 절개 크기 자체도 작아 흉터도 거의 남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다만 수술 직후에는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복벽에 힘이 들어가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탈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이고 적당한 운동을 통해 복근을 강화해야 한다. 또 섬유소가 풍부한 식단을 통해 변비를 예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만약 만성 기침과 같은 호흡기 질환이 있다면 이는 복압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방치하지 말고 치료받아야 한다.

저작권자 © 헬스인사이트(HeathInsight)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