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은 각종 모임과 파티로 바쁜 일정이 이어지는 시기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친구나 가족과 함께하는 자리도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술과 음식을 즐기는 기회가 잦아진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건강 관리는 뒷전으로 밀리기 쉽다. 직장인 김 모 씨(37세)도 연말 모임으로 인해 잦은 술자리에 참석했다. 특히 기름지고 매운 음식을 자주 섭취하고 과음한 탓인지 배변 시마다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겪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증상은 결국 항문 질환 중 하나인 치열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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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의 사례는 결코 특별하지 않다. 연말에는 술과 기름지고 매운 음식 섭취가 잦아지는데, 이는 치열을 비롯한 항문 질환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알코올은 위장관을 자극해 체내 수분을 빠르게 배출시켜 변비를 유발한다. 또 기름지고 매운 음식은 항문 주변 조직을 자극해 염증을 유발하며 배변 후 통증을 심화시킨다. 이러한 자극적인 식습관은 변비나 항문 부위 자극을 부추겨 치열 증상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라고 볼 수 있다.
치열은 항문 입구가 헐고 찢어진 상태로, 발병 시기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된다. 급성 치열은 상처가 생긴 지 오래되지 않은 초기 단계로, 적절한 치료와 관리만으로 쉽게 호전될 수 있다. 반면,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되고 항문 변형이 나타나는 경우는 만성 치열로 분류된다. 만성 치열은 항문 물집이나 궤양과 같은 특징적인 증상을 동반하며, 방치할 경우 항문 협착까지 이어질 수 있다.
치열 치료는 증상의 단계와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초기 급성 치열의 경우, 약물치료와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만성 치열로 진행된 경우에는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며, 수술적 치료가 고려된다. 수술 치료로는 내항문괄약근 절개술이나 피부판이식술 등이 있다.
먼저 내항문괄약근 절개술은 항문 괄약근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내항문괄약근의 일부를 절개하는 수술이다. 괄약근의 과도한 긴장을 풀어 상처 치유를 돕고 혈류를 증가시켜 항문 궤양을 치료한다. 피부판이식술은 항문 주변 조직이 심하게 손상되었거나 기존 치료로 호전되지 않는 경우 시행된다. 손상된 부위를 건강한 피부조직으로 덮어 상처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특히 반복적인 치열 재발을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다만, 수술치료는 보다 정교한 기술이 요구되므로 숙련된 의료진에 의해 시행되어야 한다.
치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습관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수분 섭취가 줄어들기 쉽기 때문에 하루 1.5~2리터 이상의 충분한 양의 물을 마셔야 한다.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나 과일, 전곡 등을 섭취하면 변비를 예방하고 배변을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 지방이 많거나 매운 음식은 치열을 악화시키므로 피하는 것을 권장한다. 연말 모임에서도 자극적인 음식을 절제하고 가벼운 식사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 : 양병원 양형규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