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변 후 출혈, 항문 통증 및 가려움증 등의 증상이 있으면 치질을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항문에 생기는질환인 만큼 치질에 걸렸다는 사실 자체를 부끄럽게 생각하고 진료 받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적절한 시기에 병원을 찾지 못해 병을 키우는 사례가 유독 많은 편이다. 따라서 항문 출혈이나 통증이 반복적으로 있다면 검사 및 치료를 빠른 시일 내 받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치질은 크게 치핵, 치열, 항문농양 및 치루로 구분된다. 항문주위 관이 돌출되는 ‘치핵’, 항문이 찢어지는 ‘치열’, 항문이나 항문주위 고름이 잡히는 ‘항문농양’, 농양이 진행되어 항문선의 안쪽과 바깥 피부쪽으로 누관을 형성하며 분비물이 나오는 ‘치루’. 그 중 치핵은 전체 치질의 70~80%를 차지하며 흔히 치질로 알고 있는 질환이다.
치핵은 내치핵과 외치핵으로 구분하며 내치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급성기인 혈전성 외치핵은 일명 피떡이라고 하는데 배변시 무리하게 힘을 가할 때 혈관이 터지면서 그안에 피가 고이고 혈전을 형성하게 된다. 항문주위로 콩알 같이 단단한 덩어리가 만져지며 심한 통증을 유발하게 되며, 터질 경우에는 피가 나게 된다.
내치핵은 잘못된 배변습관으로 인해 항문에 압력이 가해지면서 항문 혈관 조직이 붓고 늘어져 덩어리를 이루어 항문 밖으로 돌출되는 질환이다. 내치핵 초기에는 배변 시 선홍색 항문 출혈이 나타난다. 통증이 동반되지 않고 치핵이 밖으로 빠져나오지도 않는다. 하지만 내치핵 2도부터는 배변 시 치핵이 밖으로 탈출하게 된다. 2도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치핵이 제자리로 돌아가지만, 3도에서는 손가락으로 밀어 넣어야 하며, 4도는 치핵이 계속 밖으로 빠져나와 있다. 이 경우 치핵에서 점액이 분비되며 심한 통증과 괴사 증상이 동반된다. 내치핵 1도와 출혈이 없는 2도의 경우 약물치료나 연고, 좌욕과 같은 보존적인 치료로도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출혈이 발생했거나 3,4도의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과거에 치핵 수술은 튀어나온 조직의 대부분을 절제하였기 때문에 극심한 통증이 동반되었다. 수술 시간이 짧은 장점이 있지만, 오랜 회복 기간과 괄약근 힘이 약해지면서 각종 후유증이 따를 수 있었다. 반면 최근 경향의 거상 치질 수술은 항문 피부를 얇게 절개한 뒤, 그 안에 부풀어있는 항문 조직을 최소한으로 덜어내고, 남은 조직을 항문 위쪽으로 올려 원래 위치대로 고정하는 방법으로 진행한다. 거상 치질 수술은 항문조직을 최소 절제하여 항문의 본래 모양 및 기능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어, 과거 수술에 비해 까다롭지만 통증이 적고 수술 후 합병증 및 부작용의 위험이 적다. 그러나 수술이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려 숙련된 전문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을 찾아야 한다.
치질 및 항문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항문을 청결하게 유지하고 용변 시간을 길지 않게 잡는 것이 중요하다. 술과 담배,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는 대신 섬유질과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 배변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항문이 차게 되면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따뜻한 물로 좌욕을 하는 것 역시 치질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도움말 : 양병원 양형규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