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활동량이 줄어 체중이 7kg 증가한 김 모(45) 씨는 최근 심한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 허리가 뻣뻣하게 굳고, 걸을 때 다리까지 저린 증상이 나타나면서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꼈기 때문이다. 정밀 검사 결과 허리디스크 초기 진단을 받았고, 의사는 체중 증가가 주요 원인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사진 : 광혜병원 박경우 대표원장
체중이 증가하면 허리가 감당해야 하는 부담도 함께 늘어난다. 척추는 신체의 중심을 지탱하는 구조물로, 상체의 무게를 고스란히 떠받친다. 그런데 체중이 늘어나면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이 증가하고 척추를 지탱하는 근육이 약화되면서 디스크 손상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복부 비만이 있는 경우 체형 변화로 인해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리면서 허리가 과도하게 젖혀지고, 이로 인해 디스크 돌출 위험이 더욱 높아진다.
허리디스크는 척추뼈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디스크가 손상되면서 내부 수핵이 탈출해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이다. 정상적인 디스크는 척추의 유연한 움직임을 돕고 충격을 흡수하지만, 손상된 디스크는 탄력을 잃고 점차 퇴행이 진행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허리 통증과 하지 방사통(다리 저림)이 있다. 초기에는 단순한 허리 불편감으로 시작되지만, 증상이 악화되면 허리를 숙이거나 앉았다 일어날 때 통증이 심해지고, 다리에 당기는 느낌이나 저린 감각이 동반될 수 있다. 중증으로 진행되면 장시간 서 있거나 걸을 때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체중 증가로 인한 허리디스크 위험을 줄이려면 무리한 감량보다는 지속 가능한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갑작스러운 고강도 운동은 오히려 허리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허리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근력을 강화할 수 있는 운동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걷기, 수영, 아쿠아로빅과 같은 운동은 허리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척추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수영은 체중 부하를 줄이면서 허리 근육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체중이 증가할수록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이 커지므로 일상생활에서도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앉을 때는 허리를 곧게 펴고 등받이가 있는 의자를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발 받침대를 활용하면 허리 부담을 더욱 줄일 수 있다.
허리디스크는 초기에 적절한 생활습관 개선과 운동으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지만,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된다면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최근에는 수술 없이 허리디스크를 치료할 수 있는 다양한 비수술적 치료법이 주목받고 있으며, 그중 하나가 ‘추간공 확장술’이다. 허리디스크는 척추뼈 사이의 디스크가 돌출되거나 탈출하면서 주변 신경을 압박해 통증과 감각 이상을 유발하는데, 이때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추간공이 좁아지면서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추간공 확장술은 이러한 신경 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좁아진 추간공을 넓혀주는 치료법이다.
서울 광혜병원 박경우 대표원장은 “추간공 확장술은 파열된 디스크를 제거하지 않고, 특수 키트를 사용하여 두꺼워진 황색 인대를 절제해 박리하는 방법이다. 신경 통로를 넓히고 염증 유발 물질을 배출하므로 생화학적 염증을 해결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시술 과정에서 디스크를 손상시키지 않고 보존하기 때문에 초기 통증 완화 이후 디스크의 자발적 흡수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