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을 하는 34세 최모 씨는 바쁜 일상 탓에 간헐적으로 느껴지는 항문 주변의 따가움과 불편감도 대수롭지 않게 넘겨왔다. 그러던 어느 날 항문 옆에 작고 단단한 멍울이 만져지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앉을 때마다 찌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항문 질환 특성상 진료를 받는 것이 민망하다는 이유로 병원을 미루던 중, 결국 고름이 터지며 속옷에 분비물이 배어 나왔고 그제서야 병원을 찾게 됐다. 진단 결과는 치루로, 이미 피부 안쪽으로 고름길(누공)이 형성된 상태로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양병원 양형규 대표원장
이처럼 항문에 통증이나 불편감이 있어도 부끄럽고 민망하다는 이유로 병원 방문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젊은 층에서는 증상을 숨기거나 인터넷 자가진단에 의존하다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도 흔하다. 그러나 항문 주변의 통증과 함께 고름이나 분비물이 동반된다면, 단순 치질이 아닌 치루일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치루는 항문선에 생긴 염증이 밖으로 터지며 고름이 배출되고, 이 과정에서 피부 속으로 고름이 흐르는 통로인 누공이 형성되는 만성 항문 질환이다. 초기에는 단순한 항문농양으로 시작되지만, 방치하면 고름이 반복적으로 차고 터지는 과정을 거쳐 구조가 복잡하고 치료가 어려운 만성 치루로 발전하게 된다.
초기 증상으로는 항문 주변의 통증, 발열, 부기 등이 나타나며, 시간이 지나면 고름이 새어 나오거나 항문 옆 피부가 헐어 진물이 나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이때 통증이 일시적으로 가라앉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고름이 외부로 배출되며 통증이 완화된 것일 뿐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다. 오히려 치루가 진행될수록 누공이 복잡해지고 괄약근을 침범할 위험이 커진다.
수술적 치료는 절개 개방술과 괄약근 보존술식 등으로 나뉘며, 치루의 형태와 위치에 따라 적절한 방법이 선택된다. 그중에서 괄약근 보존술식은 손상된 조직과 염증 부위를 정밀하게 제거한 뒤, 누관을 내부에서 차단해 회복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 수술은 괄약근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누공을 제거하여 항문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단, 치루는 개인에 따라 누공 경로와 병변의 범위가 달라 정확한 진단과 영상 검사를 기반으로 한 치료 계획 수립이 필수적이다.
치루는 호전이 쉽지 않고, 치료 없이 방치할 경우 염증과 통증, 재발이 반복되며 일상생활의 큰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괄약근 손상으로 이어지면 배변 장애 등으로 삶의 질 자체가 크게 저하될 수 있으므로,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항문 주변에 통증이나 고름, 반복되는 붓기 등이 있다면 부끄러움을 이유로 미루지 말고, 가능한 한 빠르게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도움말: 양병원 양형규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