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저리고 당겨 걷기 힘들다면?... 원인은 '이것'일 수도

택배 기사 이 모 씨(61세)는 업무 과중으로 인해 몇 달 전부터 허리 통증을 반복적으로 겪었지만, 단순한 노화 증상이라 여기고 파스를 붙이며 진통제로 버텨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통증이 허리뿐 아니라 엉덩이, 허벅지, 다리, 발바닥까지 심해졌고, 특히 다리가 저리고 당기는 느낌으로 인해 걷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결국 택배 업무에도 차질이 생기면서 척추 전문 병원을 찾은 이 씨는 ‘척추관협착증’ 진단을 받게 되었다.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척추관협착증은 중·장년층에서 흔히 나타나는 퇴행성 척추 질환이다. 나이가 들수록 척추 주변의 인대나 관절이 두꺼워지고 단단해지면서, 신경이 지나는 통로인 척추관이 점차 좁아지게 된다. 이로 인해 신경이 압박되면 다리로 이어지는 신경에까지 영향을 주며, 허리 통증을 비롯해 다리 저림, 감각 저하, 보행 장애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은 주로 퇴행성 변화로 인해 발생하지만, 일부는 선천적으로 척추관이 좁은 구조를 갖고 있거나, 잘못된 자세나 생활 습관으로 인해 생기기도 한다.


문제는 다리 통증이 생겼을 때 이를 관절염, 하지정맥류, 좌골신경통 등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기 쉽다는 점이다. 하지만 척추관협착증은 ‘간헐적 파행’이라는 비교적 특징적인 증상이 있다. 단순히 다리가 아픈 것이 아니라, 일정 거리를 걸으면 통증이 심해져 잠시 쉬어야 하고, 다시 걷는 것을 반복하는 증상이다. 이는 신경 압박으로 인해 혈류 공급이 제한되고 염증이 생기기 때문이다. 만약 걷다가 다리가 저리고 통증이 심해지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척추관협착증일 가능성이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척추관협착증으로 인해 다리 근력이 약해지거나 보행 거리가 짧아져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면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초기에는 약물 치료, 물리치료 등 보존적 방법을 통해 통증을 완화하는 치료가 시행된다. 하지만 보존적 치료로 호전되지 않거나, 고령 등으로 인해 수술이 부담되는 경우에는 비수술 치료인 추간공확장술을 고려할 수 있다.


추간공확장술은 척추 신경을 압박하는 인대나 조직을 제거해 신경 통로를 넓힌 뒤, 염증 부위에 약물을 주입해 통증을 완화하는 치료법이다. 부분 마취로 진행되며 시술 시간이 짧고, 당일 퇴원이 가능할 뿐 아니라 다음날부터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 속도도 빠르다. 또한 최소 절개로 치료 부담이 적고,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을 가진 고령자에게도 비교적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다. 다만 신경과 가까운 부위를 다루는 시술인 만큼, 정확한 진단과 숙련된 의료진의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척추관협착증은 퇴행성 질환인 만큼 완전한 예방은 어렵지만,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발병 시기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의자에 앉을 때는 허리를 세워 등받이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걷기, 수영, 수중 보행, 실내 자전거 타기 등 허리에 무리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척추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도움말 : 서울광혜병원 박경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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