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세 직장인 박모 씨는 특별한 증상 없이 평소와 같은 일상을 보내던 중, 지인의 권유로 건강검진을 받았다. 복통이나 배변 변화 같은 자각 증상이 전혀 없었기에 대장내시경 검사에 큰 기대 없이 임했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내시경에서 관찰된 병변은 육안으로도 의심이 뚜렷했고, 조직검사 결과 조기대장암으로 진단됐다.
사진 : 양병원 정승규 원장
조기대장암은 뚜렷한 증상 없이 조용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건강하다고 느껴도 내시경 검사를 받지 않으면 이상을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진이 중요하다. 복통, 혈변, 체중 감소 등 일반적으로 암을 의심하게 만드는 증상들은 대개 병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야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대장암은 국내 전체 암 발생률 2위를 기록했다. 특히 50대 이후부터 발병률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이 연령대 이상이라면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는 5년에 한 번 검사가 권장되며, 가족력이 있거나 과거 용종을 제거한 병력이 있는 경우 검사 주기를 더 앞당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기 발견의 중요성은 치료 부담과도 직결된다. 대장암은 초기 발견 시 치료 성공률이 90%를 넘지만, 질환이 진행된 이후에는 개복 수술, 항암치료, 장루 착용 등 치료 강도가 높아지고 재발 위험도 커진다. 이에 따라 정기 검진은 단순한 확인 절차가 아닌, 생존율을 높이는 실질적인 예방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조기대장암 진단 시 수술 없이 치료할 수 있는 내시경 치료법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방법이 ‘대장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ESD)’이다. 이 시술은 내시경을 통해 병변의 경계를 정밀하게 파악한 뒤, 암이 위치한 점막층과 주변 조직을 정교하게 절개·박리해 병변을 완전히 제거하는 방식이다.
복강경이나 개복 수술 없이 진행되며,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존해 재발률을 낮출 수 있다. 또한 전신마취가 필요 없는 경우도 많아, 고령자나 만성질환자에게도 적용 가능성이 높은 시술로 평가된다. 다만 모든 대장암 환자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치료는 아니며, 병변의 위치와 크기, 점막 침윤 깊이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적응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풍부한 경험을 갖춘 의료진의 진단과 시술 역량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양병원 정승규 원장은 “대장암은 조기 발견이 곧 완치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암이다. 특히 대장내시경은 암을 진단하는 도구를 넘어, 암으로 진행되기 전 단계인 선종(용종)을 사전에 제거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증상이라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 조기대장암은 일찍 발견할수록 치료 부담이 줄고 예후도 좋지만, 반대로 늦게 발견되면 치료 과정이 복잡해지고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증상이 없더라도, 특히 50대 이상이라면 정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대장암을 예방하고 생명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라고 조언했다.